미국에서 줌 논술 수업 - 글을 쓴다는 것
한국 아이들과 수업하려고 새벽 4시 반에 일어났다. summer time이 끝나서 시차가 조금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요일 새벽 4시반에 일어난다는 건 뭔가 덤으로 주어진 무엇인가를 빼앗기는 느낌이기는 하지만 아이들과의 1시간 반 수업은 늘 재미있다.
이번 책은 '앤드루 클레먼츠'의 <말 안하기 게임>이다. 영어책은 <No tTalking>이다.
간디의 이야기를 감명깊게 본 '데이브'는 간디가 일주일에 한번은 말을 안한다는 것을 알고, 학교에서 말 안하기를 해 보기로 한다. 점심시간에 린지가 친구들과 시끄럽게 대화하는 걸 보고 그녀에게 '말 안하기 게임'을 제안한다. 5학년 아이들은 남자팀과 여자팀으로 나누어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 규칙은 48시간동안 학교나, 집, 스쿨버스에서도 말하지 않아야 하며, 만약 학교에서 선생님이 질문을 한다면 세 마디로만 말할 수 있다. 과연 승자는??
아이들이 만들어 온 발문에 답 해보기도 하고, 세 마디로만 말하기를 하며 워밍업을 해 본다.
우리 수업에서는 책을 제대로 이해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문학을 읽을 때에는작품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고, 책이 가진 함의를 해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주관적 이해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을 꼼꼼히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문학을 독해할 때에는 작가에 대한 이해, 주제, 구성 문체 등을 잘 분석해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구성에서 인물, 사건, 배경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수업에서는 질문을 통해 하기도 하지만, 마인드맵을 통해 책 한 권을 통째로 그려본다. 혼자 하면 더 어려운데, 4명이서 같이 하면 한결 수월하다. 나는 물꼬를 터 주는 질문을 해 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게 한다.
오늘은 특히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해 본다.
아직 글쓰기의 기초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자기 글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의 개요를 정리해주었다. 글을 쓰기 어려웠지만 마인드맵 보고, 개요를 짠 대로 글을 쓰면 글자수는 채워진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쓰면 자기 글의 주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글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제목을 짓기가 어렵다. 무릇 글이란 (다 그럴 수는 없지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명확해야 할 텐데 아이들의 글은 거의 비슷하거나, 주장하는 바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개요를 짜 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1문단은 읽게 된 동기, 2문단에서는 줄거리 요약하고요. 3문단에서는 인상깊은 장면을 쓸거에요. 그리고 4문단에서는 주제를 쓸 거에요."라고만 말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쓸 글의 각 문단의 핵심 문장을 먼저 쓸 것을 주문했다.
학생 예시
1문단 - 데이브와 린지는 경쟁의 대상이었지만 나중에 우정을 보여준다.
2문단 - 그리고 둘은 게임의 승패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3문단 - 나도 이런 게임을 통해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책을 읽게 된 동기나 인상깊은 장면이라고 쓴 아이보다 자신의 주제가 명확히 보여진다. 중심문장을 먼저 써 놓으면 자신이 인상깊게 본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중심문장들을 긴밀하게 좀 더 다듬으면 자기 글의 주제가 보인다. 중심문장을 논증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써야 하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만들어 온 중심 문장들에서 핵심을 잡아주고, 오류가 없는지 확인해주며, 어떻게 논증할 것인지 팁을 주는 것이 교사의 몫이다. 혹은 아직도 무엇을 써야할 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길을 제시해 주는 것도 교사의 필수적 과제다.
한달에 3~4편 600자 이상의 글을 써야하는 우리 논술 아이들이 언젠가는 2000자도 문제없이, 자신의 논지를 정확히 전달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글을 잘 쓰는 것은 독해력이 그만큼 좋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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