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항암일지 9일차

 '담대히 나아가라'는 말이 나를 살릴 것이다. 의심하지 말자. 나는 용기를 잃지 않았으며, 담대했으며,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은 푹 쉬고, 운동하고, 잘 먹으며 내 체력를 보충하리라. 유튜브와 각종 매체를 정리한다. 난 해 낼 수 있다. 남편이 잔류하고 싶다고 회사에 얘기했다. 잘 해결되면 걱정이 조금 준다. 나는 곧 데리고 올 막내를 잘 케어할 수 있으며 우리 가정의 일들도 조금씩 잘 풀릴 것이다.  06:30 기상 어제보다는 좀 많이 잤다. 담대히 나아가라.. 또 맘 속에 새긴다. 남편과 통화를 했다. "어제 막 울었던 건 수술을 못하는 것보다 항암약이 잘 듣지 않는다는 말이 두려웠노라" 말했다. 나는 내 암세포를 줄여보고 싶은데 나의 희귀암이 내 암세포가 그렇다고 하니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막막했던 것 같다. "기적처럼 만난 담대하게 나아가라는 말이 나를 살릴 것 같다"고 말했다. 나에게도 맞는 약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평생 이렇게 산다해도 살아만 있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받아들이리라. 어제부터 계속 CCM을 듣고, 기도를 하고, 하나님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07:30 몽땅주스, 계란 2개, 뉴케어 08:00 CCM 들으며 산책 -담대하라 2040 폐암 환우와 점액성 선암 채팅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채팅방에 과하게 빠지지 않고, 상처받지 않도록 절망하지 않도록 잘 조절할거다.   11:30 긍정모임 언니들 만남 /감바스, 스테이크 큰 아이가 초등학교때 안성으로 이사를 갔었는데, 그때 아이 친구들 엄마로 만났다. 10년 이상 만났던 이 언니들이 매일 전화해 주고, 용기 주고, 나를 지켜줬다. 감사하고 감사하다. 그들이 집에 가서 너는 잘 할 수 있을거라고, 만나고 나니 더 그런 맘이 들었다고 해 줘서 더욱 힘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힘내자. 담대해지자. 18:00 둘째 동생네와 저녁식사 /보리밥 일부러 와서 밥사주고 간 둘째동생과 제부, 밥 잘 먹으라고 챙겨줘서 고맙다. 더 살...

항암일지 8일차

 어째 하루걸러 하루 널 뛰는 이 마음을 어찌 잡을까.. 어제는 그토록 좋았는데,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맘이 또 헛헛하다. 안 울고 싶었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미어진다. 나는 생각보다 내가 가진 병의 특징을 잘 알고 있구나. 내 암은 침윤성 선암이다. 속도가 매우 느리지만 암은 암이다. 내 폐속에 있는 커다란 종괴 모두가 암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산병원 의사들도 특이한 케이스라고 했다. KRAS G12D라는 변이 유전자 하나가 발견되었다. 특히 침윤성 점액성 폐선암(IMA)에서는 KRAS 변이가 흔하다고 한다. 반대로 EGFR 변이는 일반적인 폐선암보다 드문 편이다. 그래서 점액성 선암 + EGFR 음성 + KRAS G12D 양성이라는 조합은 서로 상당히 잘 들어맞는다. 아직 이 변이에 대해서는 표적치료제가 나오지 않았지만 현제 임상 실험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내 암은 천천히 진행되는 특질상 항암약이 잘 안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아주대 종양내과에서 이미 항암만 할 수밖에 없다. Kras g12d 변이가 있긴하지만 유의미하진 않다. 임상도 돈 될 사람한테 한다. 침윤성 폐암의 경우 항암도 잘 듣지 않을거다. 유지만 되도 다행이다라고 얘기했다. 아산병원에서는 좀 더 공격적으로 치료해보자고 말했다. 아주대 pet-ct상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간의 병변이 전이성인지 확인해보자. 전이가 아니라면 전절제를 고려하고 있다. 차선책으로는 방사선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미 기관지 내에도 퍼져있다고 판단해 치료 효과가 그다지 좋지 않을수도 있다고 했다. 어쨌든 MRI로 간 병변을 확인하고, 전절제를 해보자고 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확인하고 놀라고 슬펐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아주대에서 뇌의 작은 병변을 이유(추적)로 4기라 진단했고, MGS확인 후 항암 치료를 하기로 했었다. 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못한다고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지금의 몸상태를 식이와 운동으로 암이 싫어하는 환경을 만들고 항암 치료를 잘 받을 수 ...

항암일지 7일차

9월 14일, 처음 암 진단을 받았다. 황망했다. 9월 17일 목요일, 아주대에서 다학제 진료를 받은지 일주일이 지났다. 수술 안 되고, 방사선 안 되고, 뇌에 있는 좁쌀 크기 병변을 전이로 보고 4기 진단을 받았다. 항암밖에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3일동안 울고 울고 울었다. 엄마, 시누이, 남편, 동생들 모두 엄청 울었다. (지금도 눈물이 난다)  9월 23일 수요일, 아산병원 다학제에서는 간에 있는 병변이 암이 아니라면 수술과 방사선을 해 보겠다고 했다. 간에 있는 그 병변이 암이라면 다시 4시가 되고 항암밖에 할 수 없다. 이 모든 일이 약 열흘동안 일어났다. 어떤 날은 의지로 불태우다가 어떤 날은 의사 한 마디에 좌절하고, 어떤 날은 하루종일 울고, 어떤 날은 또 너무 기뻐 입맛이 살아나곤 했다. 어젯밤 12시에 취침했고, 비록 새벽 2시에 한번 깨긴 했지만, 5시까지 잘 수 있었다. 눈 떴을 때 헛헛함과 두려움과 걱정이 또 동시에 밀려왔지만 나 아프지 않게 눈 떴고, 배고픔을 느끼고 있음에 감사해야 함을 안다. 오늘도 힘차게 하루를 시작할 용기를 주시고, 긍정의 힘을 잃지 않게 하여 주시고, 웃으며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여유를 주시기를 하나님께 기도해본다. 긍정확언 1. 나는 10년 더 산다. 2. 하나님의 보혈이 나를 깨끗이 하신다. 3. 암세포는 날마다 줄어든다. 4. 새로운 세포로 재생된다. 5. 항암 주사를 거뜬히 맞는다. 6. 항상 행복하고 감사하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미리 살지 않는다.  오늘 내 몸을 잘 먹이고 움직이며 치료받을 힘을 만든다. 검사 결과가 좋으면 그 길로 가고, 좋지 않으면 의료진과 다음 길을 찾는다. 무서워지는 날이 와도 괜찮다. 다시 다음 치료 하나만 생각한다. 그리고 치료하는 동안에도 내 삶과 아이들과의 시간은 계속된다. 06:20~07:55 산책  남편과 통화하고 또 마음을 다 잡았다. 즐겁게 현재를 살자. 나의 시간은 계속 된다.  09:00 몽땅주스, 계란...

항암일지 5일차

항암일지 3000일차를 기대해본다.  내 몸에는 암세포가 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꽤 오래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여태 행복하게 잘 지냈다. 운동하고 식이조절하고 마음을 굳게 먹으면 그전처럼은 아니어도 앞으로 3000일은 더 살 수 있다. 아니 5000일도 살 거다. 걱정마라.. 다 지나간다... 5:30 기상 아주대에 들러 염색체를 찾아다가 아산병원에 가야한다. 이또한 잘 해결되리라 믿는다. 8:10 아주대에서 염색 슬라이드 수령.. 택시안 일이 잘 해결되었다. 빨리 아산병원으로 갈 수 있게 됐다. 아마 결과가 크게 바뀌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잘 받아들이고 해결해 갈 수 있다. 아이들 학교나 집 문제 등 해결해나갈 게 산더미다.. 하나하나 헤쳐나가면서 아이들을 지키자. 난 특별한 사람이고 강한 사람이다. 나를 걱정해주고 지켜주려는 사람이 많다. 얼른 맘을 정리하고 추스르자.  10:30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진료 "모든 암은 완치를 목표로 합니다"  "잠시 내용을 좀 보고 말씀드릴게요"  "뇌에 있는 건 전이가 아닐거 같아요. 신경쓰지 마세요"  이게 맞나? 갑자기 병기가 내려가는.. "방사선과 항암을 해 보죠. 점액성 선암은 항암이 잘 안든다는 특징이 있어요. Kras변이가 있는데 선암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거에요. 점점 표적항암제가 나오고 있어요." "선생님 그런데 아주대에서는 방사선도 어렵고, 항암만 할 수 있는데 2년 반 예상하던데요"  "누가 그래요? 크기가 커서 방사선이 쉽지는 않을 거에요. 내일 다학제 진료에서 확인해보시죠"  어제와 사뭇 다른 진단에 놀랐다. 물론 내일 다학제에 가서 오늘과 다른 진단이 나올수도 있지만 교수님의 마인드에 너무 기쁜 소식이다. 나 나을 수 있겠다..

항암일지 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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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00 기상  마음을 다스리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리고 하나님께 기도해본다. 지금 닥친 위기를 잘 벗어날 수 있도록 제발 도와주소서. 06:00 해준이가 집에 오는 것을 보고 싶어 전화를 했는데 목녀님이 집에 와 계셨다. 내 얼굴을 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목녀님과 통화하면서 엄청 울었다. 함께 울어주셔서, 목놓아 울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했다. 09:30 아산 병원에서 다학제 진료가 있었다. 내 차례가 되었는데 계속 부르지 않아 뭔가 심각한 얘기들이 오간다는 걸 알았다. 드디어 불러 들어갔더니 어제 본 의사쌤의 얼굴이 그다지 밝지 않다고 느껴졌다. "공격적으로 진료해 볼 생각이에요. 첫번째로 전절제를 할 거에요. 그리고 여의치않으면 방사선도 시도해 볼 겁니다. 다만 간에 있다는 그 병변이 전이인지 먼저 확인할거에요. 아주대 PET-CT에서는 아무것도 안 나왔지만 소견상 전이 의심이 있어서 MRI로 확인해 봅시다." 종양내과  "수술 위험이 적지 않아요. 당연히 숨 쉬는데 어렵고요, 한쪽에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자세도 기울어져요. 기관지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지만 암세포를 잘라내는데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폐식도흉부외과 "이미 기관지나 식도 옆으로 종괴가 붙어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방사선 효과가 어디까지 일지 모르겠으나 일단 해볼거에요" 방사선과 완치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주려고 노력해주시는 모습에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가도, 간에 생긴 그 병변이 전이이면 어떡쩌지 또다른 걱정이 생겼다. 또 흔들리는 나에게 동생이 말했다.  "언니 내가 찾아봤는데 아주대 의견이 틀리지 않은 거 같아. 너무 흔들리지 말고, 원래대로 항암하면서 아이들과 좋은 시간 가지는 데 집중하자"  14:00 마음이 답답하여, 그럴 때마다 가는 산책로에 올라갔다. 살살 걷다가 의자에 누워 하늘을 찍고 있었다. 언니들에게 전화가 왔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에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설사 전이가 ...

지금 우리집은 절망적인 상황이다.

  어제 그래도 조금 일찍 잠들었으니 실컷 글이나 쏟아내려고 한다.   집에 갑자기 나쁜 일이 동시에 터졌다. 나의 암 발견, 남편의 실직이다. 남편은 한국으로 돌아오기에 아직 3달 정도의 여유가 있기도 하고, 어쩌면 내년까지 좀 더 돈을 벌기 위해 미국 잔류를 선택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12월에 데리고 와야할 것이다. 주재원으로 산다는 건 이런거다. 갑자기 집으로 보내졌을 때 황망함이란.. 사실 2년 전에도 멕시코에서 남편이 갑자기 직장을 잃게 되었을 때가 있다. 그때도 12월까지 일하는 것이었는데 얼마나 피마르고 걱정이 많아지는지 미국 회사에서 받아주기를 목빠지게 기다릴 때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 그래도 그때는 내가 아프지는 않았다. 한국에 집이 없다. 문제는 돈도 없다. 아이들과 흩어져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내가 아프다는 것이다. 남편은 한국으로 돌아올 때 수입이 줄어들게 되는 것을 힘들어 한다. 내가 아프지 않으면 나가서 일하면 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 엄마가 아픔과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좌절감을 줄 것인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나는 당연히 우리 가족에게 생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여긴다.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거라 믿는다.  가족이 함께 모여 살며 서로의 안녕을 기도하고, 닥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여긴다. 나는 2년 여의 치료를 걸쳐 반드시 나아질거다. 꼭 된다.  당장 생각할 것은 12월에 아이들이 오면 함께 살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시누이가 아버님을 모셔가주면 제일 베스트인데 그걸 안하려고 한다. 그럼 내년 8월까지는 거처가 생기는데 말이다. 힘들지.. 어려운 일이지..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보자. 분명 길이 열릴 것이다. 우린 분명히 잘 해 나갈 수 있다. 크게 절망한 남편의 건강에 문제가 없기만을 바라본다....

항암일지 4일자

 26.09.21 05:09 거의 기상.. 4시간밖에 못 잤긴 했지만.. 오늘은 아주대 진료가 있다. 진료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들을 할 것이다. 과연 나에게 변이유전자가 알게되는 날이다.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다른 이들의 기도의 힘으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본다.  10:00 30분 걷기 언니들이랑 연락.. 희망을 가지고 병원에 간다. 유전자 변이 없었고, 다학제 진료와 상황은 같다. 2년이든 3년이든 유지 목적의 항암을 할 수 있다. 나는 5년 동안 할 거고 애들과 함께 끝까지 살아낼거다. 괜찮다. 담담히 받아들이자. 온 우주의 힘을 모아 난 나을거다.. 괜찮다. 아이들을 위해 힘낼거다... 아이들을 위해.....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