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집은 절망적인 상황이다.
어제 그래도 조금 일찍 잠들었으니 실컷 글이나 쏟아내려고 한다. 집에 갑자기 나쁜 일이 동시에 터졌다. 나의 암 발견, 남편의 실직이다. 남편은 한국으로 돌아오기에 아직 3달 정도의 여유가 있기도 하고, 어쩌면 내년까지 좀 더 돈을 벌기 위해 미국 잔류를 선택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12월에 데리고 와야할 것이다. 주재원으로 산다는 건 이런거다. 갑자기 집으로 보내졌을 때 황망함이란.. 사실 2년 전에도 멕시코에서 남편이 갑자기 직장을 잃게 되었을 때가 있다. 그때도 12월까지 일하는 것이었는데 얼마나 피마르고 걱정이 많아지는지 미국 회사에서 받아주기를 목빠지게 기다릴 때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 그래도 그때는 내가 아프지는 않았다. 한국에 집이 없다. 문제는 돈도 없다. 아이들과 흩어져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내가 아프다는 것이다. 남편은 한국으로 돌아올 때 수입이 줄어들게 되는 것을 힘들어 한다. 내가 아프지 않으면 나가서 일하면 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 엄마가 아픔과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좌절감을 줄 것인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나는 당연히 우리 가족에게 생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여긴다.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거라 믿는다. 가족이 함께 모여 살며 서로의 안녕을 기도하고, 닥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여긴다. 나는 2년 여의 치료를 걸쳐 반드시 나아질거다. 꼭 된다. 당장 생각할 것은 12월에 아이들이 오면 함께 살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시누이가 아버님을 모셔가주면 제일 베스트인데 그걸 안하려고 한다. 그럼 내년 8월까지는 거처가 생기는데 말이다. 힘들지.. 어려운 일이지..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보자. 분명 길이 열릴 것이다. 우린 분명히 잘 해 나갈 수 있다. 크게 절망한 남편의 건강에 문제가 없기만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