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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일지 26일차

 04:00 기상 / 어제 저녁 7~8시부터 잔거라 이때 일어났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거릴 생각이라 더 괜찮다.  암인지 알게 되고, 치료에 들어가기까지 약 한달의 시간이 되어간다. 그동안 어떤 항암 치료도 시작하지 않았고, 첫 치료가 수술이라니 어쩌면 운이 좋은 것인지도 몰랐다. 아직까지 컨디션은 꽤 좋고, 생리도 제 때에 시작하고, 잘 먹고, 잘 싸는 걸 보면 내 생체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걸, 아직 다른 곳은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 암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여러 후기들을 보며 못난 마음을 다 잡는다. 나보다 더 심각한 ( 사실 이런 말들은 남의 위기를 보고 위안을 삼는 것 같아 진짜 하기 싫은 말이 되어버렸지만)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굳건히 일어나고 끝까지 치료받는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두려움에 떨고 살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흔히들 병을 알고 아무것도 치료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지금이 가장 두렵고 힘들때라고들 말했다. 수술이 결정되고도 알 수 없는 두려움들이 밀려왔다. 언제 어느 때라도 두려움과 불안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외로움, 인터넷에 넘쳐나는 암 관련 정보들로 인한 불안, 나는 다 괜찮을거라 생각하면서도 문득 아니면 어쩌지 하는 걱정 등 요즘 온갖 심리적 변화들을 다 겪는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나의 암치료 방향은 연명 치료가 아니라 근치적 치료라는 것이다. 수술 먼저 하면서 오른쪽 폐 전체를 떼어낸다 하더라도, 일상생활이 전과 같지 않을지라도 나의 치료는 암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 처음 들었던 평균여명 2.5년은 아닐 거라는 거다. 향후 방사선과 항암은 완전 관해를 향한 기회다. 나의 병기는 처음 들었던 4기도 아니다. 전이 없음으로 판단 되니 3기 정도 되려나. (뇌는 계속 추적할거다.) 전과 달라진 게 많은데 나는 왜 아직도 연명 치료 수준으로 생각하고 두려워하고 있는가? 친구들과 많은 지인들이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정작 나는 얼마나...

항암일지 25일차

 6:30 기상 : 10시 20분에 불을 끄고 잠이 든 거 같다. 3시에 깼다가 4시 반쯤 다시 잠들었다가 6시 반에 일어남.  불안한거니, 우울한거니, 왜 자꾸 마음이 울컥거리는 건데.. 일어나지 않은 일은 걱정하지 말고, 잘 될거라고만 생각해. 상상해 봐~ 나보다 암을 더 잘 알았던 의사들이 암에 걸렸어. 나보다 훨씬 무섭고 암담했을거잖아. (그들의 이야기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율 5%의 상황에서도 살아냈고, 몇 번씩 암이 재발했어도 결국 다 이겨냈잖아. 그런데 너는 운좋게 수술할 수 있게 되었고 딱 며칠만 버티면 돼. 수술 잘 받고 회복 잘하는 데 온 힘을 쏟자. 그 이후에 추가 치료들은 그때 가서 생각하면 돼. 늘 말하듯 희망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사셨던 분들이 5%의 사람들이랬어. 그리고 이번엔 그게 바로 나야. 심지어 나는 지금 수술하면  50% 좋은 효과가 아니겠어. 그 이후의 삶은 내가 얼마나 건강하게 살아내느냐의 몫이야.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응원해주고 있어. 하나님도 너를 지켜주실거야. 불가능하다던 수술을 할 수 있게 역전시키신 것처럼, 앞으로의 과정들도 다 잘 지켜봐주실거야. 얼마나 크게 잘 되게 하시려고 지금 이런 시련들을 주셨을까.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자. 너는 충분히 잘 할 수 있다. 물 한잔 마시고 산책 갔다오자 (08:38 작성) 08:30 운동 11:30 선정쌤 만남 미안했다. 효소찜질 하려고 했는데 찝찝해서 하다가 나왔다. 곤드레밥도 사 주고 차도 사 주고 이야기도 다 들어줘서 너무너무 감사하다. 18:00 집으로 돌아오며 친구들과 통화하며 울었다. 아이들 생각하며 이기자 했는데 아이들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수술이 이 무서운 게 아니라 못할까봐 걱정이었다. 수술하고 나서 회복도 어찌될지 모르겠고, 모두 잘 될거라고 해 보지만 눈물은 나더라. 아침부터 이 복잡한 심정이 계속되더니 결국은 눈물바다였군.. 그래도 집에 와서 고구마랑 토마토랑 먹으면서 눈물을 말렸다. 그리고 오랫만에  따뜻한 이...

항암일지 24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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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00 기상 /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싶어 일어나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스페인에 가 있는 딸 마음이 힘든가보다. 2주동안 아빠도 못 보게 되어서 더 그런 거 같다. "좀 슬픈 거 같다고, 눈물이 난다"라고 말하는 딸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것뿐이었다. 너희들이 할 일들을 잘 해주고 있어서 엄마가 더 빨리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마음은 정말이다.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힘들어했으면 이 와중에 나도 더 힘들었을거다. 나는 잘 이겨내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 남편과 아이들 곁에서 든든한 지원자의 모습으로 남아있겠다. 훗날 아이들과 지금의 일들을 이야기 하면서 그때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말할 날이 분명히 올거다.  중앙일보에 실린 암을 이겨낸 사람들의 기사를 보았다. 공통점은 모두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와 별반 다르지 않는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과 희망을 잃지 않았고, 암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일주일에 3번 테니스등의 중등도의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나는 앞으로 폐 한 쪽이 없을테지만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살아내고 있으니 불행하다 여기지 않고, 덤으로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내 몸을 더 사랑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을거다. 수술후 회복과 이후 치료 과정들이 힘들테지만, 내 몸이 이겨내고 있는 과정이라 여기고 기꺼이 받아들일거다. 나는 나의 회복력을 믿는다. 기흉도 하루만에 나았고, 제왕절개때도 이틀만에 앉아 있었다. 이번에도 분명히 잘 회복할거고 좋은 결과가 있을거니까 믿어 의심치 말자.  컨디션 좋다. 특이하게도 숨쉴 때 쌕쌕거림이 사라진 것 같다. 가슴쪽이 아픈 거 같았는데 그 느낌도 지금은 없다. 혼자 그렇다고 착각을 하는걸까? 매일 암세포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고 되뇌였는데 진짜 그렇게 된 건가? 뭐지?  08:30 운동 나옴 / 선화언니랑 통화하다 혜윤이 얘기...

항암일지 2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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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0 / 8시반 새벽 일찍 일어나서 아이들과 문자 주고 받다가 6시쯤 다시 자서 8시 반 넘어서 일어났다. 가슴이 좀 답답한 느낌 빼고는 컨디션도 좋다. 드라마 '신병 4'를 보며 10시 반쯤 일어나 언니들 만나러 나갈 준비를 했다. 드라마를 보며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렇게 일상을 살고 며칠만 버티면 드디어 수술이다. 혜윤이는 고대하던 스페인 여행을 떠났다. 나도 덩달아 설레인다. 그 아이가 충분히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나중에 꼭 함께 갈 수 있도록 기도해본다.  "하나님 아버지, 부디 수술까지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기를, 수술이 잘 되도록 매일매일 간절히 기도합니다. " 언니들 만나러 나오는 길, 나를 보러 먼 길 와 주는 언니들에게, 오늘도 화창한 날씨에 감사하다. 남편과 웃으면서 통화하는데 미래에 불안한 일이 있어도 우리 괜찮다고 말할 수 있어서도 감사하다. 곧 휴스턴으로 돌아가서 아이들을 만나고, 목장에 가고 서울교회에 가서 예배를 보고 싶다. 나 꼭 그렇게 되기를 또 한번 하나님께 또 기도한다.  11:40 ~ 17:00 언니들 만남  맛있는 밥을 먹고, 일상을 얘기하고, 웃으면서 5시간을 함께 했다. 나를 위해 기도도 함께 해 준 언니들을 생각하며 꼭 반드시 나아서 은혜에 보답하고 싶었다. 아픈 게 나으면 무엇인들 못할까.. 나는 꼭 잘 될거다.  나는 20년 더 살았고, 하나님의 보혈이 나를 깨끗하게 하셨고, 암세포는 날마다 줄어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세포로 재생됐다. 나는 수술과 치료를 거뜬히 받았다. 나는 늘 행복했고, 감사했다. 주변에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했고, 미국에서 잘 지내주고 있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마음의 평화를 찾아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했다. 또 며칠 일상을 잘 살면 곧 수술이고 분명히 잘 되고 끝까지 치료받을 것이다. 나는 모든 면에서 날마다 조금씩 나아졌다.  19:00 저녁식사 - 잡곡밥, 소...

항암일지 2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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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30 기상 / 동생의 알람에 눈이 떠 졌다. 화장실 다녀오고해준이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메이의 전화를 받다가 잠이 완전히 달아나버렸다. 메이가 수술의 부작용을 얘기하며 자기가 괜히 수술하라고 부추긴 게 아닌가 걱정했다. 난 그녀에게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라고 물으니 자기도 역시 했을거란다. 나는 수술할 수 있게 해 줘서 너무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왼쪽 폐에 암이 튀지 않게 선제적으로 얼른 치료했으면 좋겠다. 의사가 나에겐 그게 최선이라고 했으니 좋은 결과가 될 거라고 믿는다. 우리나라, 세계 최고의 서울 아산 병원이지 않은가. 나는 제왕절개 하고도 이틀안에 앉아있어 의사를 놀래킨 사람이다. 내 몸의 회복력은 아주 좋다. 의료진은 신의 손길로 나를 수술해 줄 거고 나는 반드시 이 싸움에서 이겨낸다.  09:00 아침식사 - 콩물, 잡곡밥, 계란, 김, 콩자반 억지로 밥을 챙겨 먹었다.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우겨 넣었다.  10:00 산책 / 거의 1시간 반 정도 숲속을 배회한 거 같다. 늘 그렇듯 30분 정도 걷고 30분은 의자에 앉아 쉬다가 또 30분 장도 걸었다. 오늘은 아이들 얼굴을 더 보고 싶어서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해준이가 학교에서 칭찬표를 받아왔는데 기특했다. 이제 한국어와 영어가 헷갈릴 때가 있다고 하니 이 아이도 미국에 냅두는 게 맞는 것도 같다. 남편에게 휴스턴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이 3개월에 복귀하자고 말했는데 그러겠다고 꼭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수술만 잘 된다면 불가능한 얘기가 아닐거다. 오랫만에 낮잠을 잤다. "투투장부주'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설렘과 고민 등을 잘 담았고 배우들이 너무 잘생기고 예뻐서 좋아하는 드라마다. 그거보며 몇시간, 웃긴 '신병4' 몇 편 보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렇게 오늘 하루를 보내면 다음 며칠간은 지인들을 만나고 곧 수술이다. 다 잘될 것이라 기도 한 번 또 했다.  어제 연주가 ...

항암일지 2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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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0 기상 / 4시에 한번 깨기는 했지만 다시 잤다. 10시 조금 넘어 잤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게다가 생리를 시작한다. 다음주 수술하기 전에 끝났으면 했는데 주기에 맞게, 내 리듬에 맞게 시작되니 이 또한 얼마나 다행인가.  율, 해준과 통화를 했다. 아이들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니 또 얼마나 감사한지.. 율과 오랫만에 웃으면서 대화했다. 이 또한 우리가 가까워지는 기회이라 또 감사하다. 세상에 감사할 일이 넘쳐난다.  8:00 병원으로 출발 / 오늘은 수술 전 검사가 3개나 있다. 시간 간격이 커서 뭘 하며 노나 걱정했는데 동생이 와 준대서 또 한번 감사하다. 한대역으로 가는 길에 연주와 선화 언니랑 통화했다. 기분 좋은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어서 감사했다. 10:20~10:30 심초음파 검사  일찍 와서 기다린 덕에 일찍 시작했고, 10분만에 끝났다. 다 잘 될거다. 동생을 만나러 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 아산병원 앞에 쉼터에서 책이나 읽으려고 앉았다. 문득 하늘을 오려다 봤는데 또 예쁜 풍경이.. 검사가 잘 끝난 것도, 좋은 하늘을 만난 것도 감사하다. 12:00 ~ 15:30 효미역 / 올림픽공원 동생을 만나서 미역국 한그릇을 뚝딱 비우고, 올림픽 공원 산책에 나섰다. 우리나라에 좋은 곳이 많구나.. 예쁜 숲 거닐며 힐링 잘 했다 16:20 호흡기검사 아주대에서 너무 힘들게 했었기에 겁을 잔뜩 먹었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통과...  19:10 CT 별다른 이슈가 없기를 기대하며 오늘 모든 검사를 끝냈다. 집으로 가는 길 남동생이 데리러 와 줬다. 차가 많이 막혀서 늦게 도착할 것 같다. 막내가 연락이 안 돼 걱정스럽기는 한데... 집에 가면 뻗어잘 것 같다... ㅠㅜ 오늘 읽은 책에 대해서는 내일 글을 써야겠다

항암일지 20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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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00 기상 / 4시 몇분에 깼었다. 한번에 그만큼 잔 거라 너무 기뻤다. "Thank you God"을 외쳤다. 다시 자려고 했지만 좀체 다시 잠들지는 못했다. 이따 집에 올라가는 버스에서 한시간 푹 잘거다. 오늘은 집에 올라가는 날이다. 6시반에 친구 깨워 일 출 한번 더 보고, 8시반에 마지막으로 솔뫼성지 산책 한 번 더 하고, 10시쯤 짐싸고 11시에 친구집에서 나갈 예정이다. 친구가 갈비찜 먹고 카페 갔다가 15:35분 차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고 했다. 일주일간 뭘했나 들여다보니, 10/1 솔뫼성지 처음 방문, 합덕제 10/2 연포탕, 로드1950 10/3 친구 내려 옴, 카페 피어라, 삼선산 수목원  10/4 1100년 면천 은행나무, 서점 오래된 미래, 100년우체국 카페 10/5 미미커피방앗간 10/6 카페 앙비떼 10/7 집으로  나에게는 정말 은혜로운 시간들이었다. 갑자기 지인들의 이름을 기록하고 싶었다. 당진에 사는 내 친구 연주(이 친구에게는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하나)와 우리 몽우클럽 미혜, 은희 민숙, 매일 전화해주는 선화 언니, 내동생 미영이, 내 하소연 다 들어주는 현정언니, 묵묵히 지켜봐주는 우리 긍정모임 큰 언니 잔디언니, 큰 일 겪고도 남을 위해 기도할 줄 아는, 그리고 긍정의 아이콘 진선언니, 멀리서 챙겨주는 신아, 미국에서 기도해주는 목장 식구들, 민영쌤과 서평 동지들, 심화23기 쌤들 등 그리고 매일 기도하는 엄마, 매일 문자 보내 힘 주시는 아빠, 병원 따라다녀 준 윤정이, 말을 안하지만 담배라도 멀리서 피고 오려고 노력하는 창범이.. 각자의 자리에서 나를 위해 울어주고 기도해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미국에서 엄마 없이도 잘 버텨주는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 율, 혜윤, 해준과 함께 많이 울었지만 끝까지 우리 가족을 지켜줄 남편,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기도, 이들을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평생에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