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일지 18일차

조금 두꺼운 바지를 입었지만 58.몇 kg - 앗싸 살쪘다.

05:00 기상 / 억지로 다시 자려고 하지 않았다. 아이들 소식이 듣고 싶어 핸드폰을 여는 순간 잠은 달아나게 되어 있다. 하루종일 누워 있어도 되니까, 달콤하게 꿀낮잠 한번 자면 되지.. (달콤한 낮잠은 언제 자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건강의 신에 나온 박주혜 작가의 관혜 이야기를 보았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과 '알약 병정'이 나를 위해 암과 싸워주고 있다고 믿었다는 말이었다. 온갖 매체가 쏟아내는 암에 관한 흉흉한 소문들을 믿지 말고, 숫자에 갇히지도 말고, 오직 사는 것과 죽는 것의 문제에서 끝내 이겨 내리라는 다짐과 희망은 나의 마음과도 맞닿아 있다. 항암약이 잘 듣지 않는다던 담도, 췌장암이었음에도 작가 본인에게는 항암약이 잘 맞았듯이, 나에게도 분명 좋은 약과 치료법이 있을거고, 의료진이 찾아낸 건 바로 전폐수술이다. 암의 크기가 그렇게 크다는데도 왼쪽폐와 다른 장기에 전이가 없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물론 엄청 큰 수술이지만 나는 잘 이겨낼거고, 나를 살리려는 의료진을 믿고, 끝까지 헤쳐나갈 것이다. 추후 방사선이나 항암주사를 맞아야 할 수도 있지만 내 몸을 살리는 일이다 생각하고 끝까지 완주할거다. 6개월 여명이었지만 끝까지 치료를 다한 박주혜 작가를 비롯해, 항암주사를 맞고 일터로 돌아가 일상을 살아가는 환우들, 여명 2년이었지만 10년째 살고 있는 유방암 환자 등 암환자의 모습은 너무나 다양하다. TV에 나오는 희망의 아이콘들의 메시지를 잘 기억할거다. 잘 살아낼 수 있다. 날마다 나아지고 있다고 믿으면 온 우주가 나를 위해 작동한다니 매일 달라지는 내 모습을 보여주리라. 영적 성장이 이루어지고, 마음의 크기가 커져 남을 사랑하고, 도울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겠다. 

09:00 아침식사 -몽땅주스, 계란2개, 요거트 

10:00 솔뫼성지 산책

13:00 점심식사 - 돌솥밥 

14:30 커피 - 아주 오랫만에 커피 한잔을 마셨다. 아침에 본 유튜브에서 서울대 종양내과 의사쌤이 커피 3~4잔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기에 기쁜 맘으로 받아들였다.







커피를 마시며 문득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남편과 가족이 한국으로 들어와도 왠지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남편이 가진 스펙으로 어디 취직할 데가 없겠냐. 나 다 나으면 일할 수 있고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하면 못할 일이 무엇이냐.. 

집에 돌아오는 길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동생이 하는 일을 내가 도와줄거고, 동생네 공방 한 켠에서 글쓰기 교실을 열어 돈을 벌고 동생네 공방 임대료도 보태줄거다. 사회복지사 자격증 공부도 천천히 시작해볼거다. 친구가 너무 잘 어울린다며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나는 이렇게 미래에 할 일의 청사진을 그려본다. 나는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생각을 하며 일단 치료에 전념한다. 꿈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며 다 이룬 것처럼 생각하면 결국엔 이뤄낸다고 하더라. 과학적으로, 종교적으로든... 나는 나만의 기적을 만들어 낼거다.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내자. 나는, 우리는 할 수 있다.  

07:40 -저녁식사 / 채소찜

친구와 밥먹으면서 예전에 했던 일을 얘기했다. 친구는 나에게 그 어느 때보다 눈이 반짝였다고 말했다. 수술 후 몸이 회복되고 나면 예전에 하던 일들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친구에게 당진에 와서 학원을 차려볼까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내가 웃기기도 했다. 난 이미 다 나은 것 같았다. 친구 역시 다 나을 건 확실하니까 일을 하자고 북돋아주었다. 말의 힘, 마치 되어있을 것 같이 말했을 때의 말의 힘을 믿어보자. 온 우주가 나를 도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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