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일반적인 암 모양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어.. 일단 일반적인 암 모양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예전에 폐렴에 걸렸거나 아팠던 적이 있나요? "
"아니요. "
"그러면 검사같은 것도 해 본적은요?"
"3~4년 전에 건강검진 했었는데, 아무것도 안 나온 거 같은데..."
이런 상황에 많이 놀라서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혹시 최근에 살이 많이 빠지거나, 숨이 차거나 각혈을 하거나 한 적은요?"
"없었어요~"
"일반적인 암 모양은 아닌데 지금 병변의 크기가 작지 않아요. 검사를 좀 더 해 보죠."
"선생님, 저 다음주에 미국에 돌아가야 하는데요. 나중에 겨울에 다시 와서 검사해도 될까요?"
"음~ 나이가 많으시면 모르겠는데, 지금 너무 젊으시잖아요. 그때 이 병변이 더 커질지 작아질지는 아무도 몰라요."
"네.. 그렇긴 하죠"
"저희 병원에서 CT를 다시 한번 찍으시죠. 굉장히 정밀하게 찍는 CT가 있어요. 그리고 기관지 내시경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영상의학과 CT를 다음날로 예약하고, 기관지 내시경도 다음주 월요일 아침으로 예약했다.
미국으로 출국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것을 크게 어필했다.
문제는 이 모든 검사를 하고 그 결과는 또 그 다음주에 나온다는 것
심지어 기관지 내시경에서 채취한 세포검사 결과 날짜를 장담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7월 30일 CT, 8월 3일 기관지 내시경, 8월 4일 출국
8월 10일 검사 결과 확인 - 그런데 배양이 늦어질 경우 8월 13~14일에 확인할 수도 있음..
갖가지 검사를 예약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만가지 생각이 스친다.
아이들끼리 미국행 비행기를 태워보내려고 했는데 유나이티드 항공 규정상 만 18세 이상의 동승자가 있어야 한다. 아쉽게도 큰 아이는 생일이 늦어 아직 만 17세다.
그러면 아이들과 나의 티켓을 모두 15일로 바꾼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아이들은 12일에 개학하는데?? 까짓 개학은 제때 안 해도 될까??
다행히 모든 검사는 출국 전에 끝낼 수 있으니 예정대로 출국하고 의사 만나 이야기 듣는 것은 가족이 해 줄 수 있을까?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대안인 것 같아 바로 아주대병원 고객센터에 문의한다.
"이런 사정이니 대리상담이 가능할까요?"
"원래 본인이 반드시 와야 하는데, 사정이 그러하니 의사쌤에게 상의하시는 게 어떨까요?
마침 내일 내원하시니 폐센터에 가셔서 물어보셔요."
CT 촬영을 마치고 폐센터에 갔다.
제가 이러이러한 사정인데 의사 상담은 동생이 들을 수 있을까요?
"이건 주치의 선생님 허락이 있어야 하는데요.."
"제가 다음날 출국이라서요, 비행기표를 바꾸던 해야 하는데 좀 빨리 알아봐주실 수 있나요?"
"죄송하지만 오늘 OO선생님은 휴진이시고, 담당 간호사쌤은 휴가에요.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월욜날 오후에 전화드릴게요."
엥? 나 화요일 출국이라구요..
젠장~~~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구나....
맘이 심난하여 저녁도 먹는둥 마는둥, 어차피 금식이긴 했다.
월요일 아침 기관지 내시경을 한다.
국소마취 후 관을 기관지에 직접 삽입한다.
"기침이 많이 나실텐데, 그냥 하셔도 돼요. 숨을 쉬세요."
기관지 내시경은 내원자가 숨쉬는 걸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수면마취를 하지 않는단다.
덕분에 나는 너무너무 괴로웠다. 눈물이 날 만큼..
의사쌤은 내시경을 직접 확인시켜 주었다.
"일단 기관지 입구가 부어있긴 해요. 폐 내에서 종양으로 의심할만한 건 안 보이는 것 같기는 한데.."
나 한시름 놔도 될까??
"여보세요? 김OO님이시죠? 의사선생님께 여쭤봤는데 동생분이 오셔서 상담하시래요. 일러드린 서류 챙겨서 동생분이 오시면 될 것 같아요"
어차피 비행기표를 바꾸지 않아서 의사쌤이 안 된다고 해도 나는 다음날 출국할 생각이었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출국할 수 있겠다.
한편 심한 게 아니니까 가도 된다고 했겠지? 라는, 나 편하자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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