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언제 올 수 있어?

 8월 13일 

"여보세요? 언니"

"응"

"나 병원에 와서 의사 만났는데, 피검사 한 것도 괜찮고, 뭐 보이는 건 없는 거 같은데...

CT 찍을 때 조영제의 모양이 변한대. 

그래서 조직검사를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언니가 가지고 있는 폐의 병변이 너무 안쪽이라서 좀 어려운 것 같다고 하네..

일단 PET-CT를 먼저 찍어보자고 하는데, 언제 나올 수 있어?" 

새벽 2시,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미국으로 돌아온 뒤, 이상하게도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서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오늘도 밤 새겠구나.. 


추수감사절 방학이 있는 11월23일에 PET-CT 예약을 잡았다. 비행기표도 예약했다. 

만약 내가 어떤 질병이 있더라도, 혹여 수술을 하더라도 3주만 버티면 아이들은 또 겨울방학을 할 터이니 아이들때문에 부담은 덜지 않을까? 그리고 의사도 그정도 시간이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하긴 했다. 

나는 의연하고 싶었다. 큰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마침 그날 딸의 친구 엄마인 메이를 만나기로 했었다. 그녀는 의사쌤이었다.

우리는 각자의 딸들을 데리고 10월 스페인 여행을 가기로 했었다. 

메이는 혹시 진단서들을 뗄 수 있으면 보여주라고 했다. 

찾아보니 아주대병원에서는 온라인으로 병원 진료 기록과 검사기록지들을 신청할 수 있었다.

다만 CT 영상 등은 직접 받아야 했다.

나는 받은 기록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았던 추정진단명이 있었다. 


More likely malignant tumor in Rt, lung, R/O mucinous invasive adenocarcioma.

R/O MALToma.

오른쪽 폐에 악성 종양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점액성 침윤성 선암을 배제할 수 없다(의심된다)

말트 림프종(MALToma)을 배제할 수 없다(의심된다)


기록을 확인한 메이는 "언니 저라면 얼른 가서 확인할 것 같아요. 아니겠지만 저는 불확실한 건 못 참겠어요." 역시 의사구나.. 메이.

빨리 병원에 연락하고 싶은데, 마침 한국은 광복절 연휴였다. 앞으로 3일을 더 기다려야 한국에 연락을 해 볼 수가 있었다. 


8월 15일 저녁.

한국에서는 8월 16일이 되었기때문에 아주대병원에 국제전화를 걸었다. 가장 빠른 시간에 CT를 찍고 싶다고 말했고 다행히 그 다음주 수요일인 8월 26일에 예약을 잡았다. 급하게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나는 재미나이와 ChatGPT에 내 검사 기록지를 올려 스스로 진단해보기 시작한다. 영상의학과 교수가 언급한 진단명을 자세히 소개받고, 만약 그런 병이라면 앞으로 내가 어떻게 치료해야 할 것인지, 보험료는 받을 수 있는지, 어느 날은 폐암환우들 까페에 들어가서 뜬눈으로 밤을 새기도 했다. 

아이들도 문제였다. 처음으로 아이들과 떨어지게 된다. 고딩 두 아이들이 6시20분에 스쿨버스를 타러 나가면 7시까지 막내 혼자 집에 있어야 한다. 혼자 준비하고 문을 잠그고 나갈 수 있도록 연습을 시켜야 한다. 아이들에게 의연하게 떠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남편이 아이들을 혼자 케어할 수 있게 준비해두고 가야했다.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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