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일지 13일차

 06:00 기상 / 3시쯤 한번 깼지만 다시 잘 잔 것 같다.

소금물 한 잔 / 필사

07:10 운동

09:00 미역국, 잡곡밥, 김, 삶은 계란, 뉴케어

13:00 삶은 감자, 뉴케어, 전복죽 

16:00 몽땅주스 

19:30 잡곡밥, 소고기구이, 황태채, 마늘장아찌


오늘 아이들에게 내 이야기를 했다. 큰 아이는 덤덤한 듯 했지만 심정은 꽤 복잡했을 것이다. 둘째는 엄청 울었다고 한다. 다음날 학교를 못 가겠다 할 정도로.. 막내도 우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전화 통화를 했고, 곧 달랠 수 있었다. 수술을 하게 된 것은 너무 잘 된 일이다. 엄마는 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니 이번 치료도 그렇게 엄마의 모습대로 해 나갈거다. 너희들은 지금처럼 학교 생활 열심히 하고,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반드시 꼭 나아서 너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거고, 건강한 모습으로 또 여행다니자고 했다. 

수술에 앞서 걱정과 두려움이 있지만 이 또한 담대히 맞닥뜨릴 것이다. 여전히 나는 건강한 음식을 먹고 산책을 하고 푹 쉬면서 암이 다시 자랄 수 없는, 면역력 좋은 몸으로 만들거다. 20년 더 살거다. 앞으로 잘 될 일들만 생각하자. 나는 잘 해 낼 수 있다. 하나님이 도와주실거다. 우리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나아진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그들을 질투하지 말고 부자 곁에 머무르라고 했다. 부자의 기운을 느끼라는 것이다. 2040 폐암환자 단톡방에 부고 소식이 있었다. 나는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치료를 했던 모양이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카톡이 계속 오는데 맘이 좋지 않다. 그 방을 나와야 하나 고민했다. 나는 사람들이 웃고 노는 모습이 질투가 나 인스타 팔로우도 취소하고 다녔는데, 그러면 안될 것 같다. 오히려 건강한 사람들의 즐거운 소식들을 보며 그들 곁에 있어야 할 것 같다. 건강한 기운이 내게 오게 말이다. 과연 그런 게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병원을 생각했다. 아픈 사람들이 모이는 병원에 가면 안아프던 사람도 기운이 쪽 빠지고 병원에 입원하면 갑자기 아파지는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오늘 부고 소식을 들은 그 사람은 나보다 어린 환자였다. 부디 하나님의 품으로 가 더이상 아프지 말라고 빌고 싶었다. 예전에는 내가 두려움에서 벗어나 담대히 치료받을 수 있기를 기도했었다. 그리고 수술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오늘 아침에는 친하지는 않았지만 가끔 인사나 나누었던 한 언니의 명복을 빌고, 그 아이들이 잘 지내주기를 기도하고 싶었다. 나와 가족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서도 기도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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