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일지 6일차

 04:00 기상 

마음을 다스리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리고 하나님께 기도해본다. 지금 닥친 위기를 잘 벗어날 수 있도록 제발 도와주소서.

06:00 해준이가 집에 오는 것을 보고 싶어 전화를 했는데 목녀님이 집에 와 계셨다. 내 얼굴을 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목녀님과 통화하면서 엄청 울었다. 함께 울어주셔서, 목놓아 울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했다.

09:30 아산 병원에서 다학제 진료가 있었다. 내 차례가 되었는데 계속 부르지 않아 뭔가 심각한 얘기들이 오간다는 걸 알았다. 드디어 불러 들어갔더니 어제 본 의사쌤의 얼굴이 그다지 밝지 않다고 느껴졌다.

"공격적으로 진료해 볼 생각이에요. 첫번째로 전절제를 할 거에요. 그리고 여의치않으면 방사선도 시도해 볼 겁니다. 다만 간에 있다는 그 병변이 전이인지 먼저 확인할거에요. 아주대 PET-CT에서는 아무것도 안 나왔지만 소견상 전이 의심이 있어서 MRI로 확인해 봅시다." 종양내과 

"수술 위험이 적지 않아요. 당연히 숨 쉬는데 어렵고요, 한쪽에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자세도 기울어져요. 기관지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지만 암세포를 잘라내는데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폐식도흉부외과

"이미 기관지나 식도 옆으로 종괴가 붙어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방사선 효과가 어디까지 일지 모르겠으나 일단 해볼거에요" 방사선과

완치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주려고 노력해주시는 모습에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가도, 간에 생긴 그 병변이 전이이면 어떡쩌지 또다른 걱정이 생겼다.


또 흔들리는 나에게 동생이 말했다. 

"언니 내가 찾아봤는데 아주대 의견이 틀리지 않은 거 같아. 너무 흔들리지 말고, 원래대로 항암하면서 아이들과 좋은 시간 가지는 데 집중하자" 


14:00 마음이 답답하여, 그럴 때마다 가는 산책로에 올라갔다. 살살 걷다가 의자에 누워 하늘을 찍고 있었다. 언니들에게 전화가 왔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에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설사 전이가 됐어도 괜찮다. 전이되면 항암으로 줄이면 되고 나중에 잘라내면 돼. 의사가 다 고쳐줄거야. 믿어보자.."



20:00 동생네 부부가 나를 아산병원으로 데려다 주었다. 간MRI를 찍어야 하는 나를 특별히 배려해 준 내동생, 그리고 제부 항상 고맙다. 그들에게 얘기했다.

"너 얘기 듣고 많이 느꼈는데, 나한테 암은 생겼잖아. 간에 전이가 없어서 수술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항암 얘기를 처음 들은 것도 아니니까 원래대로 항암하면서 내 삶을 살거야. 아이들과 좋은 추억들 많이 만들면 아이들 스스로 사랑받고 자랐다는 것을 알려줄거고, 더 단단해지게 만들어줄거야." 

그저 담담했다. 아마 낮에 언니들과의 대화가 굉장히 유익했던 모양이다. 배가 고팠고, 단백질과 몽땅주스를 챙겨 먹으며 허기를 채웠다. 나는 잘 해 낼 거다.. 

지금 별로 아프지 않을 때, 항암주사를 맞기 전에 내 몸을 암이 싫어하는 몸으로 바꾸고,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할거다. 항암 공부를 좀 더 해서 책마다 리뷰를 쓰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겠다. 하나님에게 다가가는 계기가 되고, 딱 짊어질 수 있을만큼의 고통을 주심에 감사하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믿을 것이다. 지금 당장 힘들지만 나는 더 단단해지고 나은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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