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암입니다.
촉이란 게 있다.
병원에 가기위해 전철타는 순간부터,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을 때, 간호사가 한 마디 건네는데의 뉘앙스..
진료실에 들어가기까지 미치듯이 떨리더니 의사를 만났고
"음.. 암이 나왔어요" 라는 한 마디에서 툭 던져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선암이에요. 비교적 느린 암이에요. 사이즈가 작지 않아 3기 예상해요. 폐암은 뇌로 전이가 잘 되니까 일단 MRI를 찍어야 해요. 그리고 운동 검사 등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봅시다
유전자 검사 해서 표적항암제 쓸 수 있으면 제일 좋구요. 방사선과 항암을 병행하는 방법도 있어요. 알다시피 수술할 수 있으면 전절제해야 하구요."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암 모양은 아닌 것 같지만 검사해봅시다"를 시작으로 검사에 검사를 거듭한 다음 결국에는 '폐선암 3기'에 걸렸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 하나도 안 아픈데...
산정특례 문자가 오고, 병원비를 정산하고 나오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미국은 새벽 2시쯤이었을거다.
마침 집에 가려고 서둘러 셔틀버스 타러 가는 길이었는데,
남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잠깐의 침묵에 남편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울지마~"
"이따가 전화해도 돼?"
다행히 전철타고 집으로 가는 동안 더 담담해지려고 했던 것 같다. 아직까지도 실감이 안 나지만 어쨌든 난 암 환자가 되었다. ChatGPT와 재미나이를 돌려서 앞으로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 등을 검색한다.
3기이지만 전이가 없고, 유전자를 찾으면 일상과 연결해서 생활할 수 있고, 관해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단다. 폐선암을 그래도 할 수 있는게 많다.
밤새 폐암환우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 선암과 관련된 많은 글들을 읽었고, 처음에는 감도 오지 않던 약 이름들이 눈에 익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나는 내가 꼭 나을 것 같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암환자처럼 보이지 않게 잘 치료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는 아이들과 웃으면서 지금 일들을 말할 수 있을거다. 표적항암 쓸 수 있는 유전자가 나와서 항암약 들고 10월에 미국에 다녀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12월에 방사선이랑 항암 끝내고 수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보고 싶다. 미국에 가고 싶다.
다 나으면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반드시 이겨낼거다.
누구에게나 시련이 오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시련을 잘 헤쳐나간다. 또 종종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도 한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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