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일지 23일차
4:00 / 8시반 새벽 일찍 일어나서 아이들과 문자 주고 받다가 6시쯤 다시 자서 8시 반 넘어서 일어났다. 가슴이 좀 답답한 느낌 빼고는 컨디션도 좋다.
드라마 '신병 4'를 보며 10시 반쯤 일어나 언니들 만나러 나갈 준비를 했다. 드라마를 보며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렇게 일상을 살고 며칠만 버티면 드디어 수술이다. 혜윤이는 고대하던 스페인 여행을 떠났다. 나도 덩달아 설레인다. 그 아이가 충분히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나중에 꼭 함께 갈 수 있도록 기도해본다.
"하나님 아버지, 부디 수술까지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기를, 수술이 잘 되도록 매일매일 간절히 기도합니다. "
언니들 만나러 나오는 길, 나를 보러 먼 길 와 주는 언니들에게, 오늘도 화창한 날씨에 감사하다. 남편과 웃으면서 통화하는데 미래에 불안한 일이 있어도 우리 괜찮다고 말할 수 있어서도 감사하다. 곧 휴스턴으로 돌아가서 아이들을 만나고, 목장에 가고 서울교회에 가서 예배를 보고 싶다. 나 꼭 그렇게 되기를 또 한번 하나님께 또 기도한다.
11:40 ~ 17:00 언니들 만남
맛있는 밥을 먹고, 일상을 얘기하고, 웃으면서 5시간을 함께 했다. 나를 위해 기도도 함께 해 준 언니들을 생각하며 꼭 반드시 나아서 은혜에 보답하고 싶었다. 아픈 게 나으면 무엇인들 못할까.. 나는 꼭 잘 될거다.
나는 20년 더 살았고, 하나님의 보혈이 나를 깨끗하게 하셨고, 암세포는 날마다 줄어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세포로 재생됐다. 나는 수술과 치료를 거뜬히 받았다. 나는 늘 행복했고, 감사했다. 주변에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했고, 미국에서 잘 지내주고 있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마음의 평화를 찾아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했다. 또 며칠 일상을 잘 살면 곧 수술이고 분명히 잘 되고 끝까지 치료받을 것이다. 나는 모든 면에서 날마다 조금씩 나아졌다.
19:00 저녁식사 - 잡곡밥, 소고기, 버섯 구이, 뉴케어
19:30 저녁 산책
해가 질 무렵이면 문득 튀어나오는 외로움이 있다. 불안해지기도 하고 아무도 이해 못할 슬픔과 고독이 찾아온다. 어릴적에 엄마가 동생을 낳으러 가서 부재중이었을 때가 있다. 외할머니가 오셔서 우리를 봐 주신 적이 있는데 해질무렵에 들어오라고 부르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외할머니는 계셨지만 엄마가 없는 상황은 어린 내게도 고독으로 다가왔나보다. 그 기억이 남아있는지 요즘 특히 저녁 시간에 그런 감정들이 훅 올라올 때가 있다. 오늘도 그래서 밖으로 나갔고 연주와 동생과 통화했다. 통화의 내용은 수술과 큰 아이의 진로에 관한 거였다. 연주는 수술이고 율이가 다 잘될거라고 했다. 동생은 수술할 수 있다고 했을 때 수술 걱정은 안했다고 했다. 의사의 자신있는 말투를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걱정은 회복할 때 아플 나의 모습이었단다. 그래도 의사를 같이 만났으니 동생의 느낌이 맞을 것 같다. 난 그 느낌을 믿어볼란다. 갑자기 훅 치고 오는 불안은 재밌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대해보련다.
그리고 오늘은 큰아이의 생일이다. 미국 시간으로는 좀 늦어 저녁이 되어서야 축하한다는 말을 했다. 이번에는 잘 챙겨주지 못했지만 앞으로의 많은 생일에는 맛있는 미역국을 끓여주고 함께 하기를 다짐했다. 율도 나도 우리가족 모두도 다 잘 될 거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