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일지 24일차
05:00 기상 /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싶어 일어나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스페인에 가 있는 딸 마음이 힘든가보다. 2주동안 아빠도 못 보게 되어서 더 그런 거 같다. "좀 슬픈 거 같다고, 눈물이 난다"라고 말하는 딸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것뿐이었다. 너희들이 할 일들을 잘 해주고 있어서 엄마가 더 빨리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마음은 정말이다.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힘들어했으면 이 와중에 나도 더 힘들었을거다. 나는 잘 이겨내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 남편과 아이들 곁에서 든든한 지원자의 모습으로 남아있겠다. 훗날 아이들과 지금의 일들을 이야기 하면서 그때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말할 날이 분명히 올거다.
중앙일보에 실린 암을 이겨낸 사람들의 기사를 보았다. 공통점은 모두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와 별반 다르지 않는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과 희망을 잃지 않았고, 암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일주일에 3번 테니스등의 중등도의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나는 앞으로 폐 한 쪽이 없을테지만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살아내고 있으니 불행하다 여기지 않고, 덤으로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내 몸을 더 사랑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을거다. 수술후 회복과 이후 치료 과정들이 힘들테지만, 내 몸이 이겨내고 있는 과정이라 여기고 기꺼이 받아들일거다. 나는 나의 회복력을 믿는다. 기흉도 하루만에 나았고, 제왕절개때도 이틀만에 앉아 있었다. 이번에도 분명히 잘 회복할거고 좋은 결과가 있을거니까 믿어 의심치 말자.
컨디션 좋다. 특이하게도 숨쉴 때 쌕쌕거림이 사라진 것 같다. 가슴쪽이 아픈 거 같았는데 그 느낌도 지금은 없다. 혼자 그렇다고 착각을 하는걸까? 매일 암세포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고 되뇌였는데 진짜 그렇게 된 건가? 뭐지?
08:30 운동 나옴 / 선화언니랑 통화하다 혜윤이 얘기를 하다 울컥했다. 바로 운동화 신고 산책길로 나왔다.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함께 살아있는 내 아이들과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신 분들, 우리 율이 생일을 챙겨준 목장 식구들을 위한 감사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계속 이 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수술이 잘 되고 아이들 곁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20분 열심히 걷고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 누워서 CCM을 듣고 있다. 마저 다 듣고 30분에 집에 갈거다. 이렇게 하루하루 지나면 남편이 오고 수술하고 잘 치료해서 아이들 곁으로 갈 수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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