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일지 29일차

 드디어 오늘 수술날이다. 너무 긴장하지 말자. 의료진이 다 알아서 잘 수술해줄거다. 세계 최고로 수술 잘한다는 아산병원 아닌가.











새벽에 딸이 보낸 편지를 보고 남편과 엄청 울었다. 딸의 말처럼 난 강하고 주변에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니까 힘을 더 내야 한다. 그래서 일부러 머리도 감았고 교회에 가서 기도도 했다. 기도하며 또 엄청 울었지만 이제 더 이상 울지 않아야겠다. (06:46)

하나님, 암 선고부터 오늘 수술이 있기까지 많은 시련과 고통이 있었지만 수술 받을 수 있고, 완치를 향해 나아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편을 제 곁에 보내주셔서, 그리고 타국에서 아이들이 잘 버티게 해 주셔서 이 또한 감사드립니다. 오늘 암덩어리들을 떼어내는 수술을 합니다. 폐전절제는 쉽지 않은 수술이지만 저에게는 꼭 필요하다고 하니 하나님께서 모든 과정을 어루만져 주시옵소서. 수술하는 김지용 집도의에게 크나큰 능력 주셔서 후회하지 않는 수술, 자랑스러운 수술로 만들어 주시고, 수술장 들어가는 저에게는 담대함과 용기를 주시옵소서. 그리고 수술장 밖에서 4~5시간 혼자 있을 남편이 외롭지 않게, 두려움에 떨지 않게 보살펴 주십시오. 저를 위해 기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기를, 아이들에게 웃으며 수술이 잘 끝났다고 인사할 수 있게 모든 과정을 보살펴주시옵소서. 하루빨리 아이들이 있는 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주시옵소서. 언제나 제곁에 함께 하실 하나님만 믿고 나아가겠습니다. 아멘 (06:54)

집도의가 와서 "검사에서 폐활량이 생각보다 낮다. 40%는 나와야 하는데 37%다. 수술후에 상당히 힘들 수 있다. 농흉이나 기관지흉막루때문에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만두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그만둬라. 또 열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퍼져있으면 닫고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미국에는 바로 가실거냐? 안된다. 적어도 3개월 뒤에 갈 수 있을거다." "수술하기로 했으니 최대한 다 떼고 나오겠다"라고 무리했다. 아침에 다 잡아놓은 마음을 또 헤집어 놨다. 의사가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처럼 무거운 말들이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최대한 다 떼고 나오겠다는 말을 믿어보련다. 수술후 재활과 회복은 내 몫이니 아이들 생각해서 안전하게, 그러나 충분히 독하게 살아내야겠다. 오늘은 그저 예정대로 한쪽을 안전하게 떼어내고 4~5시간 뒤, 6시나 7시쯤에 잘 눈 뜨기만을 기도하겠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는 잘 이겨낼 수 있다. 의사쌤께도 희망을 잃지 마시고 꼭 끝까지 최고의 수술을 만들어주셔라 기도하겠다. (09:03)

수술하러 갔다가 죽고 나오는 거 아니고, 수술 못한다해도 다른 차선책들이 분명히 있을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아이들을 안아보고 어루만질 수 있다. 나는 늘 그렇듯 잘 이겨낼거다. 수술하며 한잠 잘 자고 일어나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자.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엄마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말겠다. 이 병원에서 보지못한 기적을 보여주리라. 나라고 못할 게 뭐 있나. 하나님도 함께 하시리라 (10:59) 

저녁 7시쯤 눈을 뜨겠지. 중환자실에서 하루를 보내고 진통제를 맞고 있겠지만 끝까지 버텨낼거다. 내일 2시쯤엔 일반 병동으로 옮길거고, 1시간에 한번씩 걷기와 공불기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을거다. 의사는 노파심에 많은 얘기를 한 거고 생각보다 수술 후의 나의 상태가 괜찮다고 느끼게 될 거다. 꼭 그렇게 될거다. 남편아, 너무 슬퍼 말아라. 우리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거다.  

수술하러 가면 오늘은 글을 더 못 쓸 수도 있으니 이른 시간이지만 미리 올린다. 나중에 백업을 할 수 있을지도.. (11:05) 

나는 20년 더 살았고 하나님의 보혈이 나를 깨끗하게 하셨다. 암세포는 날마다 줄어들었고, 새로운 세포로 재생됐다. 나는 수술을 잘 끝냈고 회복과 추후 치료를 거뜬히 해냈다. 나는 행복했고 늘 감사했다.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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