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일지 38일차
2026년 10월 25일 일요일
환자만 아는 고독함이 있다. 옆에 가족들이 있으면 달랐으려나.. 이렇게 일찍 일어나버리면 난 뭘 해야하나? 즐겁게 지내고 싶은데 그러려면 뭘 해야하나? (03:46)
남편은 달라스에서 휴스턴으로 가고 있다. 너무 따라가고 싶었다. 남편과 함께 아이들 곁으로 가고 싶었다. 열흘동안 함께했던 남편이 가 버려서 엄청 허전하고 외롭다. 그런데 남편은 또 할 일이 있고, 아이들을 위해 가야 한다. 애기처럼 울지말고 강해져서 나머지 치료를 잘 받을 생각만 하자. 하지만 울컥울컥 눈물이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09:14)
동생이 일찍 와 줘서 고마웠다. 동생네 공방에 갔다가 점심 사 먹으며 2시간 정도 놀고, 병실 들어와서 2시간 정도 쉬다가, 또 잠깐 40분 정도 운동하고 돌아오니 하루가 후딱 갔다. 항암을 하던, 비행기 탈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냥 집에서 쉴 수만은 없으니까, 내가 너무 심심하니까.. 어반스케치를 배워야겠다. 그리고 글을 써야겠다. 그리고 그림책 아로마 과정도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동생이 열심히 하는 걸 보니 나도 뭔가를 해봐야겠다. 나는 이제 3개월, 6개월에 한번씩 추적 관찰을 해야하기 때문에 한곳에 오랫동안 머무르지는 못할 것이다.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할 것 같다. 쉬는 것도 열심히, 일도 열심히 하루하루 알차게 살자.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니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적극적으로 살아야겠다. (17:43)
내 몸 속에 암덩어리는 남아있지 않고 수술은 잘 끝났다. 이제는 회복과 재활을 잘 하다가 추후 결정되는 치료들을 잘 마치면 된다. 난 3월쯤에는 휴스턴으로 돌아갔다.
나는 20년 더 살았다. 하나님의 보혈이 나를 깨끗하게 하셨다. 암세포는 날마다 줄어들었고 새로운 세포로 재생됐다. 수술을 잘 마쳤고, 나머지 치료들도 거뜬히 받아냈다.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눈물을 흘려 준 많은 사람들, 각자의 자리에서 잘 지내준 나의 아이들과 남편, 모든 일에 기적을 보여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오늘 새로운 미래들을 상상할 수 있게 도와준 동생에게도 고맙다. 나는 반드시 나아서 곧 휴스턴으로 돌아갈 수 있기에 행복하다.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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