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일지 40일차
2026년 10월 27일 화요일
한국에 온 지 두달이 되었다. 아이들이 그동안 잘 버텨준 거 너무 감사하다. 내년 2월이나 3월에 돌아가는 걸 목표로 열심히 치료할거다. 지금까지 일어난 과정들은 모두 기적이다. 수술은 잘 되었고, 내 몸에 암 덩어리는 없으며 향후 치료는 완치를 위한 방법 중 하나다. 항암을 받는다 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잘 견뎌낼 것이다.
엄마를 위해 기도한다. 엄마는 당뇨와 고혈압이 있는데 음식을 잘 드시지 못한다. 그래서 몸에 힘이 없다. 걷는 게 불편해서 어디 데려가고 싶어도 힘들다. 게다가 내가 아픈 걸 안 뒤부터 엄마는 나만 보면 우는데, 그런 엄마를 보면 또 나도 운다. 엄마의 인지가 떨어지는 걸 보면 속상하고 화가 난다. 엄마에게 나도 모르게 화를 내고 있다. 엄마가 식사를 조금이라도 잘 하셔서 같이 운동다녔으면 좋겠다.
남편을 위해 기도한다. 오늘 회사에 가 보면 앞으로 우리가 어디에 거주해야 하는지 알게 될거다. 부디 남편이 원하는대로 휴스턴 잔류로 결정되기를 바라고 바랄 뿐이다. 나의 기도제목에 2~3월에 휴스턴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한 것은 남편의 바람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다소 어려운 결정이 생기겠지만 난 꼭 돌아가고 싶다. 남편이 휴스턴에 잔류할 수 있다는 좋은 소식을 꼭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06:38)
밍구가 왔다 갔다. 내 얘기 다 들어주고 밥 같이 먹고... "컨디션이 좋아보여 안심하고 간다. 혈색도 좋고" "조만간 애들이랑 다같이 만나서 뮤지컬도보고 맛난것도 먹고 일상을 함께 하자"는 말에 가슴이 먹먹하다. 일상을 함께 하자니.. 지금 내가 제일 하고 싶은건데... 다른 사람들처럼 예쁘게 꾸미고 카페에서 왁자지껄 웃는 거.. 그거 지금 내가 제일 하고 싶은거다. 나는 지금 그 길에 한발짝 더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다 잘 될거다.
왼쪽 두번째 발가락에 멍이 들었었다. 암 선고 초기에 크록스 신고 하도 많이 걸었을 때 생겼다. 발톱 스케일링을 하러 왔는데, 그 발톱이 곧 빠질 거 같단다. 내 생전 발톱 빠질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괜히 서글프다.. (14:30)
수술 후 상처 부위가 많이 부었다. 한방병원의 양방 병원 의사쌤이 너무 성의없이 다른 병원가도 안 해줄거니까 아산병원으로 직접 가라고 말했다. 일단 내일 퇴원해서 아산병원으로 가려고 했다. 8시쯤 동생이 와서 살펴보더니 수술 후 부은 거 같다고, 나도 그런 느낌이고, 처음 발견했을 때보다 조금 줄어든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하루 더 지켜보기로 했다. 내일 퇴원은 예정대로 하고, 병원은 하루 지켜보고 가는걸로...
그냥 모든 일이 서럽다. ㅠㅜ 다음주에 외래에서 좋은 얘기만 듣고 왔으면 좋겠다. 다 잘 될거다.
나는 20년 더 살았고, 하나니의 보혈이 나를 깨끗하게 하셨다. 암세포는 날마다 줄어들었고, 새로운 세포로 재생됐다. 수술은 잘 받았고, 남은 치료도 거뜬히 받아냈다. 나를 위해 기도해 준 사람들, 같이 울어준 많은 사람들과 나의 가족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기적으로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그리고 나는 어려움 속에 있지만 살아있기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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